Op.1 출근길에 듣는 민중가요?
2024.05.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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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처음 인사드립니다. 🙇 금요일 오전, 격주 간격으로 사회·정치적 사안을 다룬 음악과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
님은 어디에서, 어떤 기분으로 한 주를 보내셨나요? 매일 출퇴근 버스에 몸을 실으며 주말만 기다리셨는지, 아니면 주중과 주말의 구분이 희미한 일터에서 고단한 일상을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도 민중가요?]의 첫 주제는 ‘출근길에 듣는 민중가요’입니다. 한 주가 끝나갈 무렵, 이 도시를 떠나고픈 마음이 들다가도 금세 단념하고 일터로 향하는 여러분께 4곡의 노래를 전해드립니다. 💌 치솟는 물가와 변하지 않는 임금, 교통체증과 공해, 암울한 정치·사회 뉴스로 가득한 이 도시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다룬 다양한 노래들을 추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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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래를 찾는 사람들 -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19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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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곡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입니다. 금요일부터 이런 제목의 곡을 소개해 죄송합니다. ‘노찾사’라는 줄임말이 이미 익숙한 분도 있겠습니다. 노찾사는 한국 민중가요 역사 한 가운데에 놓인 그룹입니다. 5·18 이후 대학가에선 투쟁 현장의 노래를 채록하거나 직접 만들어 부르는 노래패 활동이 성행했습니다. 그 가운데 1980년대 중반, 서울의 여러 대학 노래패는 민중가요 음반의 정식 발매를 목표하며 연합 그룹 ‘노찾사’를 만들었습니다.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는 1984년에 발매된 첫 앨범 《노래를 찾는 사람들1》에 수록된 곡입니다.
주 6일 근무가 상식이던 시절, 일요일이 끝나갈 무렵의 아쉬움은 더욱 컸겠죠. 경쾌한 멜로디의 이 곡은 그 아쉬움과 더불어, 일요일임에도 들려온 다양한 노동 현장의 소리에 주목합니다. ‘두부 장수 짤랑대는 소리’, ‘공사장의 불도저 소리’, ‘빌딩가의 타이프 소리’ 등. 노래를 듣고 있으면 우리의 일상이란 언제나 노동하거나, 노동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가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우리 주위에 어떤 일상의 소리가 있는지, 그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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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tevie Wonder - 〈Living For The City〉(19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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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곡은 스티비 원더의 힘 있는 목소리가 돋보이는 소울·펑크 장르의 곡입니다. 스티비 원더는 대중적인 사랑 노래와 댄스곡으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빈곤과 불평등, 인종 문제를 다룬 곡 또한 다수 남겼습니다. 〈Living For The City〉는 그 대표곡 중 하나입니다. 노래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도시로 이주한 흑인 청년의 ‘간신히 just enough’ 살아가는 일상을 전합니다. 매일 14시간씩 일하지만 1달러도 벌지 못하는 아버지, 건물 청소일을 하는 어머니, 구직의 어려움을 예감하는 청년의 모습 등이 언급됩니다.
소수자의 삭막한 도시 생활을 전한 스티비 원더는 노래 끝에서 이 슬픔의 목소리를 듣는 이들이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길 기원합니다. 뒤이어 그는 “바뀌지 않으면 이 세상은 곧 끝나버릴 것 If we don't change, the world will soon be over”이라 말합니다. 1973년에 발표된 이 곡으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 세상은 얼마만큼 그 종착지로 향하고 있을까요? 그럼에도 더 나은 도시의 내일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다시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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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곡, 이형주의 〈땀〉은 2018년에 발매된 음반 《새 민중음악 선곡집 Vol. 3 – 쫓겨나는 사람들》의 수록곡입니다. 《새 민중음악 선곡집》은 성주 소성리의 사드 반대투쟁, 서촌 궁중족발의 퇴거반대 투쟁 등 당대의 치열한 투쟁 현장에서 연대한 음악가들의 프로젝트 앨범입니다. 발표된 3개의 음반은 모두 ‘새 민중음악’을 목표한 창작곡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음반의 수록곡 모두 들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형주의 〈땀〉은 역동적인 블루스 음악입니다. 노래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곳 - 전철, 음식, 건물 등 - 에 누군가의 땀이 있다고 말합니다. 땀은 우리의 노동, 투쟁, 그리고 사랑의 흔적일 것입니다. 그 흔적을 떠올린다면 그토록 사람들이 쉽사리 내몰리고 쫓겨나는 일이 없어야 했겠지요. 아직 끝나지 않은 투쟁과 삶을 위해, 사람들이 흘려온 땀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더 많은 ‘새 민중음악’이 앞으로도 우리 곁을 함께하길 바라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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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정태춘&박은옥 –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19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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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곡은 정태춘&박은옥 8집 음반 《92년 장마, 종로에서》의 수록곡 〈이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입니다. 이 곡은 정태춘과 가수 최용만의 듀엣곡입니다. 웅장한 느낌의 도입부는 한강을 건너는 철교 위 “쏜살같은 전철”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모습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노래는 우리가 “신성한 노동의 오늘 하루”를 “희망 없는 하나의 짐짝들”처럼 보내선 안 된다고 반복합니다.
한 주의 끝 무렵, 잔뜩 지친 채 길을 걸으며 내 몸이 마치 짐짝과 같다고 느낀 적이 있으신가요? 그럼에도 노래는 끈질기게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다그치듯 말합니다. 우리는 지칠 줄 모르는 열차🚋에 올라탄 고단한 몸의 사람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열차 그 자체는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열차는 곧 우리 사회의 은유일 텐데요. 정태춘은 이 열차가 어두운 터널을 박차고 나아갈 동안 “아무도 단 한 사람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노래합니다. 정확히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열차 밖으로 추방된 이들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겠죠. 낙담하고 좌절할 일이 가득한 세상에서, 가끔은 이토록 끈질기게 희망을 말하는 노래를 듣는 것도 좋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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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출근길에 듣는 민중가요’라는 주제로 4곡의 노래를 전해드렸습니다. 🐕 사람들의 치열한 일상, 땀과 소리로 남은 노동의 흔적, 다 같이 더 나은 삶을 만들어 가자는 결의를 노래합니다. 다양한 자리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실 구독자 여러분께선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이것도 민중가요?]는 여러분의 일상, 지난한 출퇴근길과 노동의 시간을 이 노래들과 함께 응원합니다. 투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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