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3 민중가요X국악, 민중가요에 국악이
2024.06.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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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지난 2주간 잘 지내셨나요?🌳 초여름이 시작되면서 일상에서도 다양한 소리들이 들리곤 하는데요. 작년, 국악방송 라디오에서 ‘돌장’에 대해 설명하는 걸 들은 적 있습니다. 돌장은 전통음악의 갈래 중 하나인 산조에서 장단이나 선율이 바뀔 때 삽입되는 장인데요. 계절이 바뀔 때에도 돌장처럼 삽입되는 ‘사이의 소리’가 있는 듯합니다. 민중가요가 일상과 투쟁을 연결하고 있는 만큼, 민중가요란 어쩌면 삶의 돌장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초여름을 맞아 [이것도 민중가요?]는 국악과 관련이 깊은 민중가요, 돌장 같은 음악들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편집자 ‘지수’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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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 중에는 국악적 요소가 담긴 곡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곡들은 역사적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감상을 중심으로 곡을 소개하려 합니다. 〈저놀부 두손에 떡들고〉, 〈파랑새〉, 〈반격〉, 〈경복궁타령〉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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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요연구회 - 〈저놀부 두손에 떡들고〉(1980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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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과 해학은 민중예술에서 중요한 요소입니다. 첫 번째로 소개하고자 하는 〈저놀부 두손에 떡들고〉는 비판과 해학의 백미인 판소리가 민중가요에 실린 노래입니다. 1절은 흥보가 중 ‘놀보심술대목’을 인용한 시로, 놀부가 양 손에 떡 쥐어들고 욕심 그득하게 다니며 사람들에게 패악질을 하고 다니지만 비판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대신 신나게 춤추는 놀부만 그리고 있지요. 2절에서는 부패하고 타락한 종교인이 주인공입니다. 목사는 떡 대신 십자가와 헌금통을 들고 있습니다. 가난한 자들을 위해 땅으로 내려온 예수님을 등에 업고 있으나 놀부처럼 배가 부른 종교인은 더 이상 가난한 자와 함께하지 않습니다.
가사를 떼어놓고 보면 참 신나는 노래입니다. 녹음된 음원에서 국악기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장구, 또는 젓가락 장단을 치면서 노래를 즐겼을 사람들이 머릿속에서 충분히 그려집니다. 놀부의 패악질을 노래할 때는 아무래도 2절에 대한 기대가 있기에 더 신나게 노래할 수 있는 듯합니다. 해리포터가 볼드모트의 이름을 언급할 때의 느낌일까요? 부패한 종교인을 노래할 때에는 묘한 해방감과 강한 힘이 생깁니다. 당신들 잘못하고 있다고, 우리는 말할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민중가요의 힘이 느껴집니다. 2절 가사가 끝나가며 선율은 계단을 타고 내려옵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신나던 마음도 점점 내려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땅에 있어야 할 평화와 평등’은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겠고, 비교적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 됩니다. 통곡을 하는 건 예수님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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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노래는 노래마을의 〈파랑새〉입니다. 보통 파랑새는 희망을 상징하지요. 이 노래에서는 날고 싶어도 날 수가 없는 새가 등장하여 부러진 날개, 꺾인 희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1968)라는 시에는 나오는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라는 구절과 〈파랑새〉의 마지막 가사인 “파랑새는 울어예으리”에서, 각 화자(話者)의 태도는 다르지만 현실에 대한 ‘처절함’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연상됩니다. 〈파랑새〉에서는 이러한 처절함을 표현하는 요소로써 국악적 선율 구성과 국악기를 사용합니다. 거문고의 무심한 타현(打絃)으로 시작하여 중모리 장단에 대금과 해금의 연주를 얹어 부러진 희망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비애감’과 ‘처절함’의 정서를 표현할 때 국악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국악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 인식을 느낄 수 있기도 합니다.
민요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대두되던 1980년대 중후반 이후, 민요의 발굴과 새로운 민요를 만드는 작업들이 활발해지는데요. 이렇게 발표된 수많은 작품 중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그 생명력을 가진 곡들이 대학가 풍물패를 중심으로 남아 불리우게 됩니다. 긴 생명력을 가진 여러 노래 중 〈파랑새〉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꽃분네야〉 등은 국악을 이용하여 슬픈 감정을 부각하였으며, 그 외에 〈넘어가세〉, 슬기둥의 〈산도깨비〉, 민요연구회가 발굴하고 창작하였던 〈사랑가〉 등의 다양한 노래들은 서정성이 많이 드러나긴 했으나 국악이 슬픔만이 아닌 다양한 감성을 표현하는데 사용되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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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노래는 꽃다지의 〈반격〉입니다. 〈반격〉은 2001년 발매된 싱글앨범 《희망의 노래 꽃다지》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노래는 국악기 중에서도 풍물과 태평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정성이 묻어나오던 이전의 국악기 사용 양상과 달리 민중의 힘과 목소리가 느껴집니다. 밴드사운드와 교차하며 "어깨를 걸고 가슴을 펴라"라고 외치는 노래의 첫 소절은 연대의 힘으로 신자유주의와 당당하게 맞서 싸우자고 말합니다.
국악이 담겨있는 민중가요는 시대에 따른 국악을 인식하는 방식에 맞춰 그 활용도 달라져 왔습니다. 80년대, 90년대의 국악이 반영된 민중가요를 들으면 그 당시 노래, 그리고 국악에 대한 인식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2024년의 국악과 민중가요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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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곡은 〈경복궁타령〉 입니다. 민중가요에 왠 경기민요? 동일한 이름의 민중가요가 있었나? 하실 텐데요. 님이 생각하시는 경기민요 〈경복궁타령〉이 맞습니다. 〈경복궁타령〉을 민중가요로 소환한 것은 이 노래가 만들어진 이유 때문입니다. 조선 말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을 위해 과도한 세금과 노동력을 착취하였고,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했기에 백성들의 불만과 원성이 자자했다고 합니다. 〈경복궁타령〉은 경복궁 중건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위해 만들어진 곡이었습니다.
1절로 흔히 불리는 “남문을 열고 파루를 치니 계명산천이 밝아 온다”는 ‘월요병’을 이야기 하는 듯합니다. 보편적으로 이 구절은 아침이 밝았으니 일하러 가야하는 고단함을 노래한다고 해석됩니다. 지금의 직장인들의 언어로 ‘벌써 아침이야?’, ‘벌써 월요일이야?’이지 않을까요.
“을축 사월 갑자일에 경복궁을 이룩하세”라는 노랫말은 을축(乙丑)과 갑자(甲子)는 이치의 흐름이 어긋났음을 뜻합니다. 건물을 세우고 큰일을 하는 데 순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먼저 나와야 할 갑자보다 을축이 먼저 나오고 나중에 갑자가 나오는 것은 일의 순서가 잘못된 공사라는 거지요. 또 “석수장이 거동을 보소, 방망치를 갈라잡고 눈만 꿈벅거린다”와 “도편수란 놈의 거동을 보소, 먹통을 들고 갈팡질팡한다”에서는 어찌할 바 모르는 장인들을 보여주며 제대로 진행되는 공사가 아님을 비판합니다.
물론 그 외의 노랫말들은 경복궁 여러 건물들의 멋들어짐과 조선왕조를 찬양하는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어색한 마음이 듭니다. 요즘은 소리꾼들이 가장 마지막 노랫말로 “대한민국 만만세”를 꼭 넣어 부르는데 이 또한 현 시대를 반영한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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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안나
스무살 이후 태평소를 화두로 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민중가요는 대학 풍물패에서, 데모판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 만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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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네 곡에 대한 감상과 해설을 전해드렸습니다.💁 국악은 민중과 노래를 연결하는 '돌장'이기도 한 듯합니다. 민중가요의 민중성을 부각하는 방법 중 하나로써 국악의 요소를 활용한 음악들, 어떠셨나요?
이번 호부터는 ✨링크✨를 통해 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해요. [이것도 민중가요?]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제든, 무엇이든 환영합니다. 그럼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로 함께하겠습니다! 님, 2주 뒤에 다시 만나요! 투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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