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4 우리의 해방은
연결되어 있다
2024.06.28 |
|
|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집단학살 현장을 미디어로 보게 되면 아주 쉬운 공감 누르기 따위만 하면서 스스로 한심해하고 답답해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도 전자기기를 끄고 나면 일상을 보내는 게 가슴이 답답합니다.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에 참여하러 격주로 주한이스라엘대사관 근처를 왔다 갔다 한 지 반년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는 심해져만 가고, 너무 많다고 말하기에도... 너무 많은, 4~5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죽었습니다. 집회에 참석할 때 어떤 구호는 입 밖으로 잘 뱉지 못하는데요. 그 말을 못 지킬 것 같아서 말하기 어려울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76년간 이어져 온 이 ‘정착민 식민주의 집단학살’을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다른 방식도 필요한 것 같은데 어떡하지...’ 하다가 함께 고민하고 있을 분들께 노래를 소개하는 메일을 보냅니다. |
|
|
사진1.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9차 긴급행동 (필자 촬영) |
|
|
1. Kofia – 〈Leve Palestina〉(1976) |
|
|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곡은 ‘코피아Kofia ( كوفية: 상징적인 팔레스타인 스카프)'의 〈Leve Palestina(팔레스타인에 해방을)〉입니다. 저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에서 양동민 님과 안나 님께 〈We Will Not Go Down(우린 굴복하지 않아; 양동민 번안)〉과 〈Leve Palestina(팔레스타인에 해방을; 돌맹 번안)〉이라는 노래를 배웠는데요. [집회 및 노래배우기 영상(6분 28초부터 시작)] 오늘은 이 중 집회에서 지속적으로 부르는 두 번째 노래를 소개하려 합니다. [노래 함께 배우기]
이 곡은 팔레스타인 출신 가수 ’조지 토타리George Totari‘가 스웨덴 음악가들과 함께 결성한 밴드 코피아의 1976년 발매 앨범 《Palestina Mitt Land(팔레스타인 나의 나라)》 수록곡입니다. 코피아는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스웨덴 밴드입니다. 이 곡은 50년 정도 전에 발매되었지만, 현재 세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연대곡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곡의 강렬한 가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연대인들의 저항을 표하는 방법으로 다시 자리 잡았습니다.
저는 특히 “우린 농살 지었지 밀을 수확했었지 레몬을 따곤 했었지 올리브도 짜곤 했지 전 세계가 우리 땅을 알고 있지” 대목을 좋아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 어떻게 세워졌는지, 이들이 지속적으로 선주민의 땅을 어떻게 빼앗아가는지를 전 세계가 알고 있다고 말하는 가사가 참 좋습니다. 최근에 지인에게 “진정한 세계시민이네요...”라는 말을 들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조지 토타리가 쓴 “전 세계가 우리 땅을 알고 있지”라는 가사가 진정 맞는 것 같습니다. 머나먼 곳의, 연고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알고 있고 제 지인도 알게 되었으니까요. 마침 원작자의 말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967년 여기 스웨덴으로 왔을 때, 저는 제가 팔레스타인에서 할 수 있었던 것만큼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을 비판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들은 좌파든 우파든 팔레스타인에 대해 아는 게 없었어요. [출처]” 그래서 앞선 가사들이 나왔다고 합니다. 흥겹고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로 선창과 후창을 나눠 부르다가 함께 후렴구를 부르는 재미도 있는 노래입니다! 해방! |
|
|
악보1. 〈Leve Palestina〉 악보 [출처] |
|
|
사진2.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16차 긴급행동 (필자 촬영) |
|
|
2. Joan Baez - 〈We Shall Overcome〉(1965) |
|
|
한국에서는 ‘우리 승리하리라’로 불리고 있는 노래입니다. 이 곡은 미국의 감리교 목사, 복음성가 작곡가인 ‘찰스 앨버트 틴들리Charles Albert Tindley’가 작곡하고, ‘피트 시거Pete Seeger’의 각색·편곡을 거쳐 지금의 “We Shall Overcome”으로 시작하는 노래가 되었는데요.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Jr.’의 유명한 연설 중 하나인 “We Shall Overcome. We Shall overcome. Deep in my heart I do belive(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나는 믿고 있습니다)”와도 연결됩니다. 마틴 루터 킹은 ‘하이랜더포크학교Highlander Folk School(아프리카계 미국인 인권 운동가 양성 학교)’ 25주년 기념 연설을 위해 학교를 들렀던 1957년에 피트 시거가 연주했던 이 곡을 듣게 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이 곡의 긴 역사를 간략하게 요약해 보자면 선율의 일부는 1700년대의 유럽에서 불리던 〈Prayer of the Sicilian Mariners〉와 〈O Sanctissima〉 이 두 곡을 떠올리게 하고, 1900년 이후에는 앞서 언급한 찰스 앨버트 틴들리가 가스펠 〈I’ll Overcome Someday〉를 만들었으며, 1945년쯤 가스펠 편곡가 ‘애트론 트위그Atron Twigg’와 ‘케네스 모리스Kenneth Morris’가 지금의 말과 음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We’ll Overcome〉은 1945~6년에 사우스 캐롤리나 주의 찰스턴에 담배공장 노동파업에서 사용되었는데요. 아프리카계 미국 여성 파업자 중 하나인 ‘루실 시몬스Lucille Simmons’는 이 노래를 좋아했고, 연대의 감각을 불어넣고자 원곡 가사 주어인 “I(나)”를 “We(우리)”로 바꿔 불렀습니다. 이후 루실 시몬스는 이 곡을 1947년 하이랜더포크학교에 가져와서 다른 노동운동가들과 함께 불렀습니다. 여기서 학교의 문화프로그램 담당자인 ‘질피아 호튼Zilphia Horton’이 이를 배우고 후에 피트 시거에게 가르쳤고, “Will”에서 “Shall”로 개사가 되었습니다. [출처] 이 노래는 1950년대와 1960년대 인권운동의 핵심적인 곡이었다고 하는데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동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장에서, 혐오와 편견에 맞서서 많이 불렸습니다. [출처]
피트 시거, ‘조안 바에즈Joan Baez’, ‘밥 딜런Bob Dylan’,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 등 많은 가수가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조안 바에즈의 노래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조안 바에즈는 미국의 가수이자 인권운동가, 반전운동가입니다. 1961년 밥 딜런과 미국 전역을 돌며 공연하면서 흑인인권운동에 함께 하고, 월남반전평화운동에도 힘을 썼습니다. 반전시위를 하다가 체포당하기도 했던 조안 바에즈의 〈We Shall Overcome〉은 기타 한 대와 그의 목소리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성이지만 노랫말을 전하기에 아주 적절합니다. 반복되는 가사는 역시 함께 부르기에도 좋은데요. 본 영상에서 노래를 시작하기 전, 조안 바에즈는 함께 부르기를 부탁합니다. 가사 중 “우리는 손잡고 걸을 것입니다, 우리는 두렵지 않습니다We’ll walk hand in hand, We are not afraid”가 있는데요. 덥고 습한 요즘이지만 함께 손잡고 걸으며, 두려워하지 않으며 함께 노래합시다! |
|
|
사진3.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 규탄 한국 시민사회 16차 긴급행동 (필자 촬영) |
|
|
이 곡은 2021년 발매된 민중가수 이랑의 세 번째 정규앨범 《늑대가 나타났다》에 수록된 열 곡 중 1번 트랙입니다. 앞선 노래들은 그 배경을 간략히 설명하며 소개했는데요. 이 곡은 사적인 배경으로 시작하려 합니다. 저는 당시 학사 졸업논문을 쓰지 못하고 있던 여름을 보내고 있었는데요. 그중 이랑의 신규 앨범 예정 소식은 짜증 나는 일상 속에서 손꼽아 기다렸던 희소식이었습니다. 아주 멋진 거친 질감의 뻘건 색 앨범에서 CD를 꺼내 들으면서 가난한 친구들과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허허. ^.ㅠ 이 명반에는 멋진 곡들밖에 없지만 오늘은 그중에서 〈늑대가 나타났다〉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제게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는 일은 멀리서 일어나는 일 같지가 않은데요. 아직 제가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측면으로만 본다면 제 일이 아니지만, 제 일이 될 거 같은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팔레스타인이 우리를 해방한다Palestine will free us all”는 말이 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늑대가 나타났다〉에는 “이건 곧 당신의 일이 될 거랍니다”라는 노랫말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 위에서 벌이고 있는 정착민 식민주의는 처음 일어나는 유형이 아니기에 이 노랫말이 유독 떠오르는 오늘입니다. “이건 곧 당신의 일이 될 거랍니다. 이 땅에는 충격이 필요합니다”를 되뇌이며, 이 충격이 무엇일까, 노래 안에서 ‘부자들’로 불려지는 사람들이 이 인물들과 그 상황을 제대로 보기만 해도 충격이 될 텐데, 욕을 지껄이다가도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학살들, 누세이라트 난민캠프 공습 속보를 접하며 더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스스로를 탓하며, 탓하는 거로 끝내지 말자고 다짐하며, 이 굴레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너무 길어졌지만 마지막으로... 아티스트 이랑과 강상우 감독이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2022년 10월, 제43주년 부마민주항쟁 국가기념식에서 불러 질 예정이었다가, 공연 3주 전 행정안전부가 ‘밝고 희망찬 분위기’를 원한다며 이 곡을 뺄 것을 제안한 뒤 결국 취소되었습니다. 행안부는 “선곡을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재단에 전달했을 뿐 검열한 사실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출처] 이랑과 기념식 총연출을 맡은 강상우 감독은 결국 공연도 하지 못 했고, 용역비도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싸우기 싫어도 싸울 수밖에 없는 이랑과 강상우가 꼭 이겼으면 좋겠습니다 ”WE SHALL OVERCOME“을 외치고 싶은 오후입니다. [참고] |
|
|
사진4. 유라와 채은,
그들의 가난한 친구인 제가 찍었습니다
(집회에 함께 갔던 마녀폭도늑대이단 친구들) |
|
|
|